중학생 때부터 ‘온라인 친구’[결혼했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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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박상훈(32)·오수진(여·30) 부부

저(수진)와 남편은 중학교 때부터 ‘랜선 친구’로 지냈어요. 그러다 3년 전 처음 만나 올해 9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습니다. 10년 넘게 온라인으로만 연락하던 사람과 부부가 된 거죠.

중학생 때 ‘세이클럽’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남편과 연락을 주고받게 됐어요. 남편 친구와 제가 친했는데, 그 친구를 통해 남편의 존재를 알게 된 거죠. 다만 저희는 직접 만난 건 아니고 성인이 될 때까지 SNS 친구로 지냈어요. 그러다 2020년 가을, 남편이 저에게 다시 연락했어요. ‘언제 한번 같이 술 한잔하자’는 얘기도 나눴죠.

그 얘기가 있고 얼마 후 지인들과 술자리 중이었는데 남편이 제 얼굴을 보러 가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남편이 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있던 자리였는데, 그날 남편은 정말 왔어요. 오직 저를 만나기 위해서요. 이날 실물로 처음 본 남편은 예전 사진으로만 보던 그대로 잘생겼더라고요. 또 처음 본 제 지인들과도 잘 어울렸어요.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남편은 제 주변 사람들에게 저를 칭찬해 줄 정도로 친화력 좋은 모습을 보였어요. 남편은 그날 제게 첫눈에 반했다고 해요.

이후 저희는 예전과 전혀 다른 관계로 발전했어요. 연애를 시작하기 전 같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남편이 제 손을 잡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사귀고 난 뒤에야 남녀가 스킨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날 남편의 손이 싫지 않았어요. 이후 떡볶이를 먹다가 장난스럽게 “우리 사귈까”라는 말로 연애를 시작했어요.

연애 기간 남편과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각자 계획한 프러포즈 장소를 똑같은 곳으로 정할 정도로요. 처음 같이 본 연극이 인상 깊어 그 소극장에서 프러포즈할 생각이었거든요. 남편도 저와 똑같은 장소에서 프러포즈를 준비했더라고요. 결국, 같은 장소 다른 날짜에 저희 각자 프러포즈를 했죠. 10년 넘게 온라인에서만 알고 지낸 사람이 이처럼 똑 닮은, 제 운명의 반쪽이었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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