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바로잡을 대법원장 절박하다[시평]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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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희대 인사청문 요청 1週 경과
정치 중립과 전문성 확보 시급
국회는 엄밀히 따져 표결해야

최근 사법부 신뢰 치명적 훼손
이재명 무죄와 재판 거래 의혹
판결 지연과 인사 왜곡도 심각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통령실은 조 후보자가 ‘사법부의 독립과 법치주의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과 강한 신념’을 가진 적임자라며 후보 지명 이유를 밝혔다. 지난번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부결되며 초래된 사법행정 공백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국회는 신속히 인사청문회와 인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무너진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조 후보자에게 꼼꼼히 따지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외부로부터 오는 사법 체계에 대한 도전과 내부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법률가의 소신, 그리고 행정가로서의 개혁 능력을 검증하는 일이 이번 청문회의 핵심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대한민국 사법 체계는 끊임없는 외풍에 시달려 왔다. 재판 개입 의혹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여러 명의 판사가 문재인 정부에서 수사를 받았다. ‘적폐청산’이라는 정치적 외풍이 사법부 독립성을 크게 흔든 사건이었다. 지금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재판 등으로 사법부는 여전히 태풍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과 법적 엄정성을 수호해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과제라 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 사법 체계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사법부 내부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 가운데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 2020년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권 전 대법관은 ‘TV 토론에서 답변·해명으로 한 말은 허위사실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무죄 판결을 끌어냈다. 그가 재판 전후로 이 대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는 김만배 씨를 여러 차례 만난 정황이 포착됐다. 또한, 퇴임 이후에는 김 씨가 소유한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아 억대의 고문료를 받은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법관이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만으로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치명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법원이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재판을 진행한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1심 재판이 특정 성향의 판사에게 배정되고, 민주당 소속 윤미향 의원과 최강욱 전 의원에 대한 재판은 그들의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처럼 사법부의 신뢰가 끊임없이 추락하는 현실에서 오직 객관적 사실과 법리에 따라 판결한다는 사법 체계의 기본원칙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 조 후보자는 본인의 소신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신임 대법원장이 갖춰야 할 능력은 정치적 중립성과 법적 엄정성만이 아니다. 사법행정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통치행위가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행정 서비스라는 인식 전환과 그에 따른 사법행정 개혁을 추진할 의지를 밝혀야 한다. 대부분의 행정 서비스는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크게 개선됐지만, 사법행정 서비스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판결 지연이 가중되면서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그 예로 민사 합의부 사건은 해마다 지체가 늘어 2022년에는 1심 판결까지 평균 14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헌법 제27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려는 사법부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더해, 사법부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 제도를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법원을 민주화한다는 명분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객관적 성과 평가와 합리적 인사 원칙에 반하는 제도다. 조 대법원장 후보는 이 제도를 폐기함과 동시에 공정한 인사 원칙과 객관적 성과 평가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해 엄정한 판결과 신속한 재판을 도모해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과 전문성은 민주주의의 보루다. 사법부의 신뢰가 훼손되면 민주주의의 붕괴는 필연적이다. 신임 대법원장 후보가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행정 개혁이라는 소임을 다할 수 있는지 청문회에서 엄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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