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이 감도는 수묵화[그림 에세이]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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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허달재, 문향(聞香), 95×125㎝, 한지에 수묵, 금니, 2023.



이재언 미술평론가

쌀쌀한 영하의 날씨에 향기 좋은 차는 정겨운 친구다. 사람의 후각 경험은 비교적 지속성이 높고, 그 데이터는 무의식에도 많이 축적된다. 향기가 심신의 안정에 특효이니 ‘아로마테라피’가 성립되고, 분향(焚香)과 문향(聞香)은 종교적,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띤다. 차를 마시는 데는 음미에 앞서는 것이 문향, 즉 향을 마시는 일이다.

향기를 표현하는 직헌(直軒) 허달재의 수묵 그림이 반가운 때다. 그의 문향(聞香) 연작은 활력이 넘치는 꺼칠한 운필로 담담하게 그려진 다기(茶器). 선비의 우아한 문기(文氣)가 얼마 만인가. 투박한 그릇을 빚고, 그 위에 귀얄의 필치가 펼쳐진 무위와 무기교의 세계를 그대로 옮겼다. 아울러 그윽한 향기를 분무하고 있다.

화면엔 다향과 매향이 함께 감돈다. 다기를 그린 필치의 어디선가 매화 가지가 어렴풋이 비친다. 이 고상한 향기의 경험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금니(金泥)의 점들이 흐드러져 있다. 점점이 찍힌 것이 교교한 달빛 아래 핀 매화 같다. 복잡다단한 내면을 평온하게 진정시켜 주는 우아한 향기의 입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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