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로 이미 사문화한 ‘9·19’ 전면 효력 정지 급하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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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평양에서 채택된 ‘9·19 남북 군사 합의서’는 당시에도 수많은 허점 때문에 실효성을 의심 받았다.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조항이 없고, 남측에 불리한 비대칭성이 심각하며, 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책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합의마저 북한은 대놓고 묵살·위반하면서 이미 사문화(死文化)한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21일 밤 북한의 기습 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9·19 합의 일부에 대해 효력 정지를 결정한 것은 미흡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22일 한덕수 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군사합의 제1조 3항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고, 영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곧바로 재가함으로써 시행에 들어가게 됐다. 북한의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건의한 내용이었다. 해당 조항은 ‘모든 기종의 군사분계선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핵심이다. 한 총리는 “국가 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고 했다. 또 “우리 법에 따른 지극히 정당한 조치”라고도 했다. 남북관계발전법 제23조 3항에 명시된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일부 효력 정지 결정은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고려한 고육책 성격도 있다.

그러나 조직적으로 9·19 합의를 위반한 북한의 지난 5년 도발 전과(前過)를 볼 때 이번 조치는 미봉책이다. 군사분계선 일대 항공기와 무인기 정찰만 겨우 복원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면 오판이다.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연습 중지, 해상 포사격과 기동훈련 중지를 규정한 제1조 2항을 그대로 둔 것은 연평도 등에서의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중단을 지속한다는 말이다. 이래선 안 된다. 9·19 합의는 거듭된 북한 도발과 불이행으로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 남북군사당국 직통전화 운영,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남북관리구역 3통(통행·통신·통관) 보장 등 장밋빛 합의는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북한 도발 대응에 족쇄가 된 9·19의 전면적 효력 정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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