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가졌지만 해외진출 지원 못받아… ‘우물 안 한국 스타트업’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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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콘’ 못 키우는 국내시장

외국인 창업비자 하늘 별따기
사업 접고 본국으로 돌아가


영국인 사업가 제니퍼(31)는 한국 과자와 화장품, K-팝 굿즈 등 한국 문화를 담은 아이템 박스를 전 세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지난 2016년 영국에서 창업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창업한 지 3년도 안 돼 전 세계 100개국에 10만여 상자를 판매했다. 지난 2020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내에 창업한 해외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육성 프로그램에 뽑혀 한국에 왔다. 하지만 이때부터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제니퍼는 23일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지원 담당 공무원들은 대부분 영어를 못했다”며 “육성 프로그램도 구체적인 시스템 없이 참가자들을 사실상 방치하는 수준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국에서 외국인이 창업하기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비자 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창업 비자를 발급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비자 문제 때문에 한국인과 결혼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벽을 느낀 제니퍼는 결국 지난해 사업을 접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정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확장현실(XR)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김모(45) 씨는 “정부가 벤처캐피털과 연계해 초반에만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해외에 안착할 때까지는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원 인프라 역시 고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벤처투자 행태가 눈앞의 실적에 급급하다 보니 뛰어난 기술력과 혁신성을 갖춘 스타트업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8월 벤처기업 30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벤처기업 투자 유치 현황 및 애로 조사’에 따르면 48.1%가 실적 위주의 보수적 심사로 투자 유치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우물 안 개구리’ 처지에 몰려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내수 부족, 규제, 자금 문제로 유니콘 기업으로도 크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숫자는 경쟁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 발표한 아산나눔재단의 ‘2023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인 창업가가 해외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했거나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한 경우는 300여 건에 그쳤다.

싱가포르(2000여 건)와 이스라엘(1600여 건)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주요국 유니콘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19∼2023년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10개에서 14개로 1.4배 느는 데 머물렀다. 서효주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글로벌 개방성에서 만점을 받은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 주도 아래 민간의 뒷받침이 이어졌다”며 “우리나라도 민간 분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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