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가 위안부 배상’ 2심 판결, 司法自制 저버렸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4 11:51
  • 업데이트 2023-11-2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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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첫 2심 판결은, 지난 2012년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김능환 판결’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건국하는 심정” 운운한 김능환 당시 대법관의 판결과 2018년 김명수 체제에서의 계승 판결을 둘러싼 문제가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겨우 봉합을 향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훨씬 심각한 사법적·외교적 과제를 던진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33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일본 정부는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 1인당 위자료 2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2021년 4월 “국제법상 ‘국가 면제’에 따라 소송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는데, 이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본이 한국 영토 안에서 한국민에게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제관습법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논거로 뒤집었다. 제국주의 일본이 대한민국을 식민 지배하면서 저지른 만행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한 판결도 당연하게 보이지만, 국제법 일반 원칙과 1965년 한일 기본조약 및 청구권 협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죽창가식 민족주의 판결’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

국가 면제 등을 수용하는 사법 자제(司法自制), 즉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은 대다수의 나라에서 통용된다. 국가별로 애국적 판결이 나오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판결을 집행하기도 힘들다. 대다수 선진국은 외교 문제가 관련된 재판의 경우에는 정부 공식 해석을 존중한다. 3권분립을 준수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한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영국 법원은 재판 때 행정부 확인서를 외교부에서 받아 반영하고, 프랑스 법원도 판결에 앞서 행정부 의견 조회를 필수로 규정한다. 한일 양국은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 때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선언을 한 바도 있다. 일본 정부는 아예 무대응으로 일관해 대법원에서 시정할 기회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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