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만들어진 열감 ‘구리색’에 스며들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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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 개인전 ‘구리와 손’

30대 젊은 화가 박광수는 흑백 드로잉 회화로 이름을 알렸다. 노랫말과 멜로디만큼이나 독특한 감성으로 눈길을 끈 밴드 혁오의 인기곡 ‘톰보이’(2017)의 흑백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그의 작품이다. 검고 흰 무수한 선으로 내면을 표상하는 숲을 캔버스에 담았던 이런 박광수의 그림 세계에 얼마 전부터 색(色)이 스몄다. 빨강, 노랑, 파랑으로 뒤덮인 채색화는 ‘물감의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나온다’는 명제를 비틀어 ‘검은색을 해체하면 수많은 색깔이 튀어나올 것 같다’는 시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이다.

파편화돼 되살아난 것 중 작가를 매료시킨 건 구리의 묘한 색감이다. Iridescent Copper라는 이름의 물감이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서 진행 중인 개인전 표제가 ‘박광수: 구리와 손’인 이유이기도 하다. 박광수는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색이 있다. 물감을 사러 간 화방에서 맨 처음 눈에 든 색이 구리색깔이었다”면서 “이걸로 그린 존재들은 방금 만들어져 열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이 다룬 가장 오래된 금속인 구리가 오늘날 디지털 산업환경까지 널리 퍼져 있다는 점에서 시간성과 보편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전시 대표작 ‘구리와 손’은 태고의 원시림에서 가혹한 환경을 감내해 나가는 사람이 보이는 게 매력이다. 쉽사리 벽에 걸기 어려운 작품이지만 전시 개막 당일 ‘완판’됐다고 한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유승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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