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정상회의 날짜 못 잡은 장관 회의와 지나친 中 몽니[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1-27 11:45
프린트
한국과 일본, 중국의 외교부 장관들이 26일 부산에서 회의를 갖고 3국 정상회의 개최 문제를 협의했지만, 날짜도 잡지 못한 채 산회한 것은 3국 관계의 실상을 보여준다. 3국 외교장관은 4년3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공동 기자회견은 물론 만찬도 하지 않았다. 박진 장관이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3국 외교장관이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3국 고위급회의의 합의 사항을 반복한 것은 일정 조율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당시 우리측은 12월 개최안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이번 회의에서도 합의되지 않은 만큼 연내 개최는 물 건너간 셈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보여준 고압적 행태는 실망스럽다. 그는 예정됐던 기자회견과 만찬을 취소하고 출국했다. 이유가 어떻든 외교적 결례다. 회의 때에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등 잇단 도발은 논외로 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말만 했다.

한·일·중 정상회의는 1999년 아세안+3 회의 때 3국 정상이 조찬 회동을 가진 것을 계기로 시작돼 2008년부터 매년 열렸다. 2011년엔 서울에 3국 협력사무국(TCS)이 설립될 만큼 제도화도 이뤄졌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 취임 후 패권주의가 강화되며 3국 정상회의는 급격히 동력을 잃어 지난 10년간 단 3번 열렸을 뿐이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신냉전 양상이 빚어지고, 그런 핑계로 중국이 3국 협력을 경시한 탓이다. 더구나 중국의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 수출 제한 정책으로 공급망 교란이 본격화하면서 협력은 더욱 위축됐다. 중국은 몽니를 접고 3국 간 외교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정상회의는 이견이 있더라도 매년 1회 열리도록 하는 게 3국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