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 수사 참여 규정’ 고육책… 법 재개정 화급하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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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간첩 수사 권한이 내년 1월 1일부터 폐지되면서 안보 수사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경찰이 전담하지만, 대공 수사력이 국정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 문재인 정권이 만든 안보 자해 행위가 법적으로 시급히 시정돼야 하지만, 야대(野大) 국회 상황 때문에 당장은 불가능하다. 법 시행일에 쫓긴 윤석열 정부가 12일 국무회의에서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규정’을 만들어 국정원 직원이 수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 미봉책·고육책일 뿐이다.

정부가 마련한 시행령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추적할 수 있고 행정 및 사법 절차를 지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과 검찰의 안보 침해 범죄 수사에 국정원 직원을 참여시켜 전문성을 보완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행령은 최소한의 조치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간첩 수사는 단기 성과보다는 은밀하고 꾸준하게 해야 하는데, 순환 보직인 경찰이 장기간 수사를 하기 어렵다.

해외 정보기관과의 교류도 경찰 해외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경찰의 2022년 자체 평가에 따르면, 안보 수사 부문은 모두 ‘미흡’‘다소 미흡’ 등 하위권 평가를 받았다. 경찰청은 대공 수사관을 올해 6월 기준 462명에서 내년엔 7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 내 비(非)수사 인력을 재배치하는 수준이다. 단적으로 교통경찰을 대공 수사 경찰로 이동하는 격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이다.

최근 국정원이 적발한 창원·제주·청주 간첩단 사건 관련자들이 온갖 재판 지연 전술을 펼친 끝에 대부분 보석으로 석방됐다. 첨단 기술 시대에 간첩은 더 적발하기 어려워졌다. 간첩 수사마저 어려워지면 ‘간첩 천국’이 뻔하다. 내년 5월 30일 출범하는 22대 국회는 국정원법 재개정 등 안보 수사 공백 줄이기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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