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속이는 슈링크플레이션과 정부·기업의 책무[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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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유지하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13일 최근 1년간 김·만두·맥주·소시지·사탕·우유·치즈 등 9개 품목, 37개 상품 용량이 평균 27g(12%)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주로 일상 먹거리 제품들이어서 빠듯한 살림에 힘겨운 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업체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대고, 일부는 포장재나 성분을 바꾼 리뉴얼 상품이라 우긴다.

하지만 정부의 감시·통제와 소비자 저항을 피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꼼수이자 소비자 기만일 뿐이다. 올해 국제 밀 가격이 작년의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줄인 용량을 다시 환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결과가 올 상반기 주요 식품업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영업이익은 30% 이상 늘어난 ‘어닝 서프라이즈’인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별다른 고지 없이 제품 용량 등을 변경하는 편법적인 가격 인상에 근본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공정거래위는 용량 변경 미표시 제품에 대한 단속과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기업만 몰아세울 수는 없다. 슈링크플레이션 확산 배경에는 정부가 인위적 가격 통제에 나선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빵 과장’ ‘우유 관리관’ 등을 지명해 보여주기식 단속을 강화했고, 기업은 손해를 회피하려고 편법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결국 시장과 소비자의 최종 판단에 맡길 필요가 있다. 용량 변경을 제대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투명한 정보 제공이 기본이다. 한국소비자원도 정기적인 시장 조사를 통해 편법을 일삼는 기업과 상품을 적발해 공개할 책무가 있다. 기업은 소비자 불신을 무엇보다 두려워한다. 따라서 슈링크플레이션을 자행하는 기업과 상품은 시장에서 외면당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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