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창당 수준 혁신하고 尹은 ‘출마 초심’ 돌아가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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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또 혼돈에 빠졌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빨리 김기현 대표가 13일 사퇴하면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지난해 3월 대선 승리 뒤 4개월 만에 이준석 대표 체제가 내부 징계를 통해 무너지고, 김 대표도 9개월 만에 쫓겨나듯 물러난 과정에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과 대책이 내포돼 있다. 여당은 대통령 권력 중심으로 재편돼 ‘용산 2중대’처럼 움직이고, 윤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친윤’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온갖 난맥을 자초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활로는 이미 제시돼 있다. 여당은 모든 기득권을 해체하고 창당 수준으로 환골탈태하고,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2021년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 19개월을 냉철히 돌아보면서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부터 인정해야 문제가 풀리기 시작한다. 여당은 최근 초선 의원들의 김 대표 옹위 소동이 상징하듯, 중진부터 초선까지 대대적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당장 여당은 비상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하지만, 민심을 직시하고 반영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준석 체제는 대통령과 불협화를 냈고, 반대로 김 대표는 ‘여의도 출장소’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연·포·탕(연대·포용·탕평)’ 공약도 이행하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 김태우 후보를 대법원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사면해 출마시키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꺾지도 못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도 결국 자신의 연명을 위한 꼼수라는 인식만 남겼다.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 앞에서 멈춘다. 윤 대통령은 출마 선언문에서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면서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정권 교체라는 생각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집권 후엔 달라졌다.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겼지만, 당내 비주류를 내치는 등 통합과 소통에서 역주행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의 정치적 심각성에도 귀를 막고 있는 것 같다. 측근의 신상필벌도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내년 총선은 지난 대선만큼 중요하고, 출마 선언 당시보다 상황이 더 엄중하다는 사실부터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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