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손실 불법 돌려막기, 엄정 수사와 처벌 당연하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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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일부 고객의 투자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서로 짜고 다른 고객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불법 돌려막기를 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한 증권사만 지난해 7월부터 약 1년간 다른 증권사와 6000여 회나 이런 불법 연계·교체 거래를 통해 총 50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돌려막기 했다고 금융감독원이 17일 발표했다. 조직적이고 장기적인 짬짜미 거래가 충격이다. 금감원이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 특정금전신탁 업무 실태를 점검한 결과만 이 정도다. 이러한 방식으로 고객 손실을 전가한 금액이 증권사마다 수백억∼수천억 원이다. 업계 전체적으로 조 단위 규모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드러난 불법 행태를 보면 어이가 없다. B증권사는 한 고객의 기업어음(CP)손실을 덮기 위해 다른 증권사에 만든 자사의 신탁 계좌를 통해 시세보다 비싸게 사준 대신, 상대방 증권사에 대해 똑같이 폭락한 CP를 비싸게 사줬다. 심지어 같은 투자자의 다른 계좌에 손실을 전가한 증권사도 있었다. 증권사는 선의의 시장관리자로서 유동성을 활성화하는 시장 조성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시세를 웃도는 가격으로 짬짜미 거래를 해 특정 기업·기관의 수익을 보전해준 시장질서 침해다.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업무상 배임 소지도 크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빈사 상태였던 때 벌어졌던 일이라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

금융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은행들도 홍콩 주가연계증권(ELS)을 불완전판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문제 된 9개 증권사의 채권운용역 30여 명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CEO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엄중한 수사와 처벌은 당연하다. 불법 결정에 관여한 CEO는 일벌백계하고, 부당한 손실은 환매 등을 통해 즉각 배상 돼야 한다. 금융권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적폐 근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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