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독과점 폐해 크지만 사전 규제 입법은 신중해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20 11:41
프린트
정부가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해 ‘사전 규제’ 강화에 나섰다. 매년 대기업집단을 지정해 규제하는 것처럼 구글·메타 같은 글로벌 공룡과 국내 네이버·카카오 등 시장 지배력이 큰 플랫폼에 대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감시함으로써 횡포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제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우대에서 보듯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는 심각하다. 무료 서비스로 경쟁업체를 고사시킨 뒤 유료화와 경쟁 제한 방식으로 이익을 최대화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상공인들은 플랫폼에 광고료와 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한 그대로다. 자사 상품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경쟁업체 플랫폼 이용 금지), 최혜 대우 요구 등이 대표적인 갑질이다. 이런 행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

그러나 사전 규제 방식은 시장경제 원리와 충돌하는 데다 과잉 규제, 통상 마찰, 국내 업체 역차별 등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공정위는 EU의 입법 사례를 들지만, 이는 미국 구글·메타 등의 확산으로부터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통상 마찰도 예상된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까지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들이 급속히 세를 키우고 있지만, 사전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 규제 기준 마련도 만만치 않다. 매출액·이용자수 등 정량 지표와 시장 구조 등 정성 요소를 고려하겠다고 하지만 시장을 어디까지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점유율 등이 달라진다. 독과점은 사전에 단정하기 어려워 사후에 폐해를 조사해 단속해왔던 것이다. 혁신은 기득권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 타다금지법도 택시업계 이익을 지키려다 탈이 났다. 쿠팡·마켓컬리 등이 새벽 배달시장을 지배해 유통업에 타격을 준다고 해서 금지할 수는 없다. 명분이 있어도 사전 규제 입법은 돌다리 건너듯 신중해야 한다. 혁신의 확산을 막고 시장을 위축시킬 게 아니라 상생 방안을 찾는 게 ‘자유’를 특히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할 일이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