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심 쌓기 등 변압기 공정 ‘정밀 수작업’… ‘손기술’로 만드는 초일류[초격차 기술, 현장을 가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21 08:59
  • 업데이트 2023-12-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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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부산 강서구 LS일렉트릭 사업장의 ‘초고압 변압기’동 클린 룸에서 크레인이 권선(捲線)을 옮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초격차 기술, 현장을 가다 - (18) LS일렉트릭

“기계론 세밀한 작업 어려워”
초고압 변압기‘핸드 메이드’

10만8436㎡ 부산 사업장은
연간 생산액 6000억원 달해
올해 북미 수출만 2000억원
“수요 많아 2년치 주문 꽉 차”


부산 = 글·사진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지난 11일 부산 강서구 LS일렉트릭 사업장. ‘초고압 변압기’동에선 가공된 철심(코어)을 층층이 쌓는 철심반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초고압 변압기를 만들기 위해 0.2∼0.3㎜ 두께의 얇은 규소 강판을 쌓는 중이었다. 이렇게 얇은 적층 시트를 쌓아 올리면 한 덩어리로 된 구조물보다 전류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부산 사업장에서는 컨테이너보다 큰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해 전압을 낮추는 ‘배전 변압기’ ‘초고압 직류 송전(HVDC)용 변환용 변압기’가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변압기는 전압을 바꾸는 설비다. 전압이 높을수록 전자들이 높은 에너지로 이동하지만, 발전소에서 갓 만들어진 전력은 먼 곳까지 도달하기에 전압이 충분하지 않다. 전력을 멀리 보내려면 굵은 전선을 사용하거나 전압을 인위적으로 높여야 하는데, 후자가 더 경제성이 좋다.

천성진 LS일렉트릭 북미사업활성화 태스크포스(TF) 매니저는 “변압기는 ‘핸드 메이드’로 만들어져 경력자의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조팀의 한 관계자는 “수작업이 아닌 기계로 제작을 하면 오히려 고객 요구사항에 따른 세밀한 맞춤 작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업자는 3개월 이상 숙련을 거쳐 최소 1년 이상의 경험이 쌓여야 생산 라인에 투입될 수 있다”며 “그야말로 ‘손기술’로 만드는 초격차”라고 전했다. 총면적 10만8436㎡(약 3만2802평) 규모에 달하는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는 145명이 근무하고 있다. 초고압 변압기 기준, 부산 사업장의 연간 양산 능력은 1만5000메가볼트암페어(MVA·1메가볼트는 100만 볼트), 약 6000억 원 규모로 분석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 강서구 LS일렉트릭 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철심을 층층이 쌓고 있다.



산업 발달로 인해 전기 수요가 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최근 초고압 변압기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LS일렉트릭에 따르면 부산 사업장은 오는 2025년 10월까지 변압기 물량 주문이 다 채워진 상태다. 주문 대기 기간이 꽤 길어 보이는데, 그나마 경쟁사보다 빠른 수준이다.

천 매니저는 “우리의 경쟁력은 ‘빠른 납기’”라며 “초고압 변압기는 수요가 많아 공급자 우선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톱 업체들의 경우 납기가 3년 이상”이라며 “납기만 맞출 수 있으면 금액이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LS일렉트릭의 또 다른 차별점으로는 ‘고객 대응’이 꼽힌다. 천 매니저는 “가장 중요한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대한 설계·제작을 열심히 하지만, 모든 제품이 100% 완벽할 수는 없다”며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국내의 경우 24시간 안에 담당 인원이 출발하고, 미국에서도 똑같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자신했다.

LS일렉트릭 부산 사업장은 최근 늘어난 미국 내 변압기 수요에 따라 ‘북미사업활성화 TF’를 발족했다. 초고압 변압기 판매를 늘리기 위해 엔지니어링 측면을 보완하는 전문 영업 조직을 구축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20년까지 약 10년간 5건에 불과했던 부산 사업장의 북미 수출 실적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40여 건으로 급증했다. 올 한 해 북미 수주 규모는 2000억 원에 달한다.

LS일렉트릭은 현지 첫 생산 거점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4만6000㎡(약 1만3915평) 넓이의 토지와 부대시설을 매입했다. 연내에 연구·개발(R&D)과 애프터서비스(AS) 인력을 상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전압을 높이는 전력 변압기의 북미 시장 규모는 연평균 6.4%의 성장률을 기록, 2030년 64억4000만 달러(약 8조41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전 변압기의 경우 2028년까지 연평균 3.8%씩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노후화된 변압기의 교체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현재 미국의 산업용 변압기 중 33% 이상은 30여 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변압기 수명이 30∼40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에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LS일렉트릭의 상반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도는 가운데 초고압 변압기 등을 제조하는 전력인프라 부문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28%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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