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복지 당위성 보여준 서울시 안심소득 실험 1년[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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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둔화와 과학기술 발전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국민연금·건강보험 같은 사회보험 위주의 20세기형 복지 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했다. 세계 각국이 새로운 복지 모델을 찾고 있는데, 대별하면 모두에게 지원하는 보편 복지와 하후상박(下厚上薄) 선별 복지의 두 갈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지난 1년간 실시한 ‘안심소득’ 시범 사업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가 지난해 5월부터 477가구를 대상으로 중위소득의 85%보다 소득이 낮을 경우, 그 차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원한 결과 104가구(21.8%)의 근로 소득이 증가했으며, 특히 그중 23가구(4.8%)는 1년여 만에 가구 소득이 중위 소득의 85% 이상으로 늘어나 안심소득 지원 대상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서울시는 20일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하고, 현금 지원을 받으면 근로 의욕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많이 다른 결과라고 밝혔다. 대상 가구가 많지 않고 1년 실시 결과여서 보편화하긴 힘들지만, 국가의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 비율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0.07%)의 69배에 이르렀다. 포럼에 참석한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보편적 소득보장 제도는 받는 금액이 매우 적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국가 재정 시스템 안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부의 재분배 효과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안심소득 제도는, 중위소득 3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방식에 비해 지원 대상이 훨씬 많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과 달리 선별 지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준 소득과의 차액 절반만 지원함으로써 근로 의욕도 유도한다. 그러나 안심소득을 확대할 경우엔 재원 마련부터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복지 포퓰리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래도 선별 지원의 당위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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