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이 제동 건 52시간제 경직성과 노동 유연화 당위성[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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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새로운 ‘초과 근로시간 계산법’ 판결은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얼마나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는지 새삼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근무일마다 8시간을 넘는 연장근로 시간을 주(週) 단위로 단순 합산해 12시간을 넘지 못하게 했는데, 대법원은 1주일 단위로 총 근로시간에서 40시간을 뺀 시간이 12시간을 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월요일에 4시간 연장근로를 하고, 화요일에 4시간을 단축 근무할 경우, 기존 계산법으로는 4시간 연장근로가 발생하지만, 이번 대법(大法) 판례에 따르면 연장근로 시간은 없게 된다. 이에 대해 하루에 12시간 연장근로도 할 수 있는 ‘20시간 노동법’이라고 비난하지만, 그런 극단적 경우는 발생하기 어렵다. 근로자도 사용자도 그런 노동의 위험성과 비효율성을 알고 회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유숙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2부에서 나온 것도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지난 7일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하였는지는, 근로 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1주간의 근로 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연장근로 한도를 130회 초과해 일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 씨의 혐의 일부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간 법원 판결과, 2018년 7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이후 근로기준법에 대한 정부의 행정 해석도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52시간제 탄력 적용 여지가 다소 넓어졌지만 갈 길이 멀다. 연장근로 계산 단위를 1주 아닌 1개월·분기·반기·연간 등으로 더욱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기회로 근로시간 개혁안을 제대로 추진하고, 국회는 관련 입법 보완과 시정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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