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 수사 폐지 코앞인데 경찰 대공 역량은 한심[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3-12-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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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간첩 천국’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려 한다. 3년 전인 2020년 12월 당시 문재인 정권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강행,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2024년 1월 1일부터 폐지토록 했는데, 그 공백을 메울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간첩 수사를 전담할 경찰의 대공 역량은 여전히 한심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단행된 경찰 간부 인사는 상징적이다.

경무관 승진 임용 예정자 31명 중 대공 수사를 담당할 안보수사단 소속 간부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 인사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 것은 간첩 수사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문 정부 5년 동안 안보경찰 중 경무관 승진자가 2명뿐이었다는 것은 ‘친북 정권’ 탓이었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런 인사가 이뤄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안보수사단의 책임자인 안보수사심의관은 아예 대공 수사 경험이 없고, 간부 84명의 절반 이상도 대공 담당 경력 3년 미만 인사로 채워졌다. 그러지 않아도 대공 수사는 오랜 기간 ‘음지’에서 일하고 생색도 잘 나지 않는 분야이며, 툭 하면 인권 침해 등의 비난과 소송에도 시달린다. 이러니 2년 정도 적당히 일하다가 순환 보직 원칙에 따라 전출하면 그만이라는 발상이 팽배하다. 이번 인사는 그런 분위기를 더 부추길 것이다.

국정원법 개정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문 정권 죄책이 크다. 안보를 도외시한 반역적 행태다. 그렇다고 윤 정부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정원과 경찰의 협업 체계 등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당장 안보경찰에 대한 대대적 보강과 사기 진작이 절실하다. 나아가 국정원 대공 수사권 부활이나 별도의 안보수사청 신설이 화급하다. 4월 총선에 공약으로 제시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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