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네 편 ‘치열한 경합’… 삶을 대하는 깊이있는 시선 돋보여[2024 신춘문예]

  • 문화일보
  • 입력 2024-01-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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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신춘문예 - 소설 심사평

완성도 높은 응모작이 많아 한 편의 당선작을 뽑는 자리에서 열띤 의견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문장을 꼼꼼히 살피고, 상투적인 설정이나 오류가 없는지 수차례 검토한 끝에 비로소 당선작을 고를 수 있었다.

최종심에서 논의된 작품은 네 편이다. ‘고요한 산책’은 세련된 전개 방식과 톤이 눈길을 끌었다. 인물들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를 도모하려는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벤치 문장’이 소설 속에서 크게 기능하지 못했고, 문장 수정을 조금 더 꼼꼼하게 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소팅의 방식’은 시의성 있는 소재, 고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실감 나게 그려진 점이 좋았다. 그러나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과 겹치는 우연으로 인해 이야기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심사장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작품은 ‘공모’와 ‘유명한 기름집’이다. 긴 시간 논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작을 택하기가 몹시 힘들었다. ‘공모’는 서로 다른 듯 보이는 두 여성의 부드러운 연대가 좋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문장이 있었고, 특히 벨소리를 들은 두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마지막 문장은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시간 구분상 오류로 느껴지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고, 과거 사건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인물들의 나이와 분위기가 다소 어색하게 매치되는 점과 호응이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을 모두 잊게 만들 정도로 새롭고 독특한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유명한 기름집’은 기름집이라는 명확한 공간을 중심으로 몸이 아픈 화자와 아이를 잃은 뒤 조카를 돌보는 해수가 만나 내일을 도모하려는 이야기다. 다른 응모작에 비해 표현력과 문장력이 뛰어났고,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과 ‘하루’라는 집약적인 시간 구성이 좋았다. 무엇보다 소설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와 삶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이 느껴져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되었다.

논의된 네 편의 작품 모두 제각기 다른 장점을 갖고 있었기에 어느 한 편도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이번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은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응축된 시선과 생의 그늘까지 기꺼이 끌어안되 담담한 온기를 담아 표현하는 내공으로 기울었다.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에게 더 나은 다음 작품이 있을 거라는 기대와 포기하지 말고 정진하시라는 당부의 말을 간곡히 전한다.

조경란·백가흠·이서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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