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은 ‘활력있는 민생경제’를 목표로 한 내수 진작과 투자 확대로 요약된다. 국제 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대란, 이상기후 등에 따른 높은 물가와 고금리·가계부채로 위축된 국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전통시장 카드 사용의 소득공제율과 서민 복지 증진을 겸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인상을 포함했다. 소비 증진으로 촉발된 기업 생산 증가가 고용 창출 및 소득 증대로 이어져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와 관련해서는, 세제·금융·애로 해소 3대 분야의 특별지원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의 1년 연장과 함께 R&D 투자(일반 분야)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시설투자에 역대 최대인 52조 원의 자금을 공급하며, 투자 애로를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감세 정책과 현금 제공은 재정에 부담을 주는 단발성 선심 정책으로 폄훼되기 쉽다. 재정 투입이 경제성장을 이뤄 재정으로 환류되면서 선순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중장기적 정책이라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재정의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적절하고 투명한 정부 감독 및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관리해야 한다.
재정 투입만으로는 실효성 있는 경제 활력 불어넣기에 한계가 있다. 2006년 이후 280조 원을 투입한 현금성 지원 정책에도 성과를 못 내는 저출산 문제가 그 예다. 주거비용, 교육 및 노동 환경 등 다각도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했다. 마찬가지로 투자 확대를 위한 재정 투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규제 완화와 노동 개선을 개혁과 혁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기득권 표(票)를 의식해 소비자 이익을 훼손하고 혁신 기업에 철퇴를 가해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로 도입된 규제가 많다. 불평등 해소와 과도한 경쟁의 폐해 방지에 중점을 두다 보니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의 공정경제 3법이 중복되고, 과도한 규제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위협한다. 유통산업발전법, 단통법, 타다금지법 등은 경쟁 억제로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며 시민 생활을 불편하게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해외석탄발전 투자금지 4법, 계열사 지분을 시가로 산정하는 보험업법 등도 투자를 위축시킨다.
OECD 38개 회원국 중 34위로 최하위 수준인 법인세 경쟁력 및 최고세율이 60%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과 함께 법률을 위반한 기업인이 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게 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도 기업 승계를 어렵게 함으로써 지속 경영을 전제로 한 투자 확대의 걸림돌이 된다.
시설 및 R&D 투자 확대는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기존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촉진해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지원한다. 마침 글로벌 교역도 회복되는 국면이고, 정부가 경제계와 원팀이 돼 세계를 순방하며 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정책으로 수출도 개선되고 있어 투자 환경은 긍정적이다. 정부는 투자 확대를 위한 재정 집행 과정의 감독과 현장 점검을 철저히 해 재정 투입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규제 타파와 노동 개혁의 장애물들을 제거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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