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7억 원 캐나다 이사회’ 용납 못할 부패 범죄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1-12 12:01
프린트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초호화판 이사회를 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현 최정우 회장(CEO)의 3선 셀프 연임 추진이 예상되던 시점에 캐나다에서 5박7일 이사회를 열며 경비를 6억8000만 원이나 썼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7억 원 가까운 경비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외의 자회사들이 부당하게 절반을 대신 냈다는 의혹과 관련, 최 회장 등 사내·사외이사 12명과 계열사 간부를 포함한 직원 4명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새 회장 선출과 관련, 현직 대학교수인 일부 사외이사의 청탁금지법 여부도 수사 중이라고 한다.

지출 내역을 보면 기가 찬다. 수백만 원짜리 최고급 프랑스 와인을 포함해 한 끼에 2000만 원이 넘는 만찬에다, 광산 시찰과 콜롬비아 대평원 설상차 투어를 위해 전세 헬기를 타느라 1억6960만 원이나 썼다고 한다. 이사회 경비는 전액 포스코홀딩스가 집행해야 했지만, 3억5000만 원만 내고, 나머지는 계열사 포스칸(3억1000만 원)과 포스코(2000만 원)가 부담했다. 정상적 회계 처리가 어렵자 ‘쪼개기 지출’한 것 아닌가. 포스코그룹 모태인 포항제철은 대일 청구권 자금 등으로 설립된 국민 기업임을 돌아보면, 모럴 해저드를 넘어 국민에 대한 배신도 된다.

주인 없는 소유 분산 대기업의 CEO와 사외이사들의 고질적인 유착을 그대로 보여준다. 5일 숙박하면서 식대로만 1억 원 쓴 것은 접대를 넘어 뇌물 수준이다. 중대한 부패 범죄다. 은밀한 청탁으로 보는 게 합리적 추정이다. 최 회장은 셀프 연임 논란 끝에 결국 차기 회장 후보에서 빠지긴 했지만, 그와 가까운 현직 내부 인사들은 후보군에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의 접대를 받은 사외이사들도 참여한 추천위원회는 후보 명단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공정하게 새 회장을 선임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극히 어렵다.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진과 결탁하기 쉬운 사외이사 중심의 현행 CEO 선출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초호화판 캐나다 이사회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의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