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자사주 강제 소각까지…도 넘는 ‘개미 포퓰리즘’[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1-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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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만 명에 달하는 개미(개인 주식 투자자) 표심이 중요한 총선 승부처가 되면서 이들 입맛에 맞춘 공약들이 쏟아진다. 특히 올 들어 금리 고공행진과 북한 위협 등으로 코스피가 5% 넘게 하락해 개미들 불만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매도 전격 금지에 이어 17일 민생토론회에서 다시 한 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혁신당(창당준비위)도 16일 자사주 의무 소각과 쪼개기 상장 금지 등 소액주주용 ‘종합선물세트’를 내걸었다.

자사주 강제 소각이 주주 권익을 두텁게 하는 측면이 있다. 시장에 자사주를 매각해 주주 가치를 훼손하거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자문단인 금융발전심의회 역시 강제 소각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회사들이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코스피가 50%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년3개월 전 자사주 소각을 내건 ‘원 메리츠’ 정책 이후 주가가 2만6750원에서 6만1100원으로 치솟았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을 우려하는 현실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자사주 강제 소각은 기본적으로 소급 입법이자 사유재산권 침해다. 대법원은 2019년 자사주 취득·처분에 대한 과세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통해 확고한 사유재산으로 인정했다. 미국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게 맞지만, 소각 뒤 곧바로 이사회 결의로 신주를 발행할 길도 열어놓았다. 법무부가 미국·일본식 포이즌필(기존 주주에게 시세보다 싼 값에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 방어) 도입을 검토했으나, 자사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시사하는 바 크다. 자사주 강제 소각은 도를 넘는 과잉 입법일 뿐이다. 총선용 개미 포퓰리즘이 자본시장을 왜곡하지 않도록 냉철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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