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의원 50명 감축” 여야 정치개혁 경쟁 기대한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1-17 11:47
  • 업데이트 2024-01-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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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스스로 기득권과 폐해를 줄이는 정치개혁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일한 기회가 총선 시기이다. 국민 요구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선거 때만 주인이고, 끝나면 노예’라는 루소의 명언도 그런 맥락이다. 마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정치에 투신한 지 3주 남짓한 완전 초보여서 정치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 정치 불신이 너무 심각한 만큼 야당도 개혁 방안을 내고 경쟁하기를 기대한다.

한 위원장은 16일 네 번째 정치개혁안으로 ‘국회의원 정수 50명 감축’을 제시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정원 감축 찬성 응답이 압도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특권을 누리면서도 정쟁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야당이 동의하면 이번 총선부터 250명을 선출하고, 그게 힘들면 “총선에서 승리해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을 제일 먼저하고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나쁜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궤변이다. 저질 정치가 개혁 요구를 불렀는데, 정치개혁 방안이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는 본말 전도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의원 1인당 인구수가 17만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많다는 이유로 30∼50명을 늘리는 안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생산성 측면에선 최악 수준이다. 세비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고 9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는데도 의회 효과성은 꼴찌 바로 앞이다. 마구잡이 입법 탓에 법안 가결률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의원 숫자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그러나 제도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온갖 명분으로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의석수를 줄여야 할 이유가 더 많다. 현재 47명인 비례대표를 없애고 미국처럼 지역구 의원으로만 해도 된다. 비례대표 제도 역시 직능 대표성과 사표(死票) 줄이기 등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저질·극단 의원 양산 통로가 됐다. 국민은 포퓰리즘 경쟁보다 정치개혁 경쟁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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