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펜으로 안 되니 칼” 배후 있는 듯 음모론 선동하는 李[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1-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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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피습 이후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뜻밖이었다. 많은 민주당원은 물론 국민도 극단 정치의 폐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기대했다.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넘긴 사람의 호소는 정파를 떠나 절절한 호소력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 “상대를 제거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내가 모든 것을 다 가져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정치가 전쟁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 대표 발언은 법(사법기관)·펜(언론)·칼(테러범)을 동일 선상에 놓고 ‘공통의 배후’ 뉘앙스를 풍긴다. 정치지도자답지 않은 발언임은 물론, 교묘한 어법으로 법치와 언론을 정치 테러와 묶어 싸잡아 매도하는 궤변이다. 사법 기관과 언론에 대한 심각한 모욕도 된다. 진보 성향의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법·펜·칼을 든 주어가 “문법적으로” 없으며, 이는 사주한 주체를 시사할 뿐 지목하지 않는 “전형적인 음모론적 사고방식”이다.

이 대표는 허위사실 유포 2건을 필두로 △위례·대장동 사건으로 부패방지법 위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배임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뇌물, 범죄수익은닉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배임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으로 제3자뇌물, 외환거래법 위반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위증교사 등 10개 혐의를 받고 3개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미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판결문엔 이 대표 이름이 120회 등장한다. 합당한 증거 및 법리와 씨름하는 검사·판사 모두 음모의 앞잡이란 말인가. 기사에 왜곡이 있다면 구제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해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많은 국민을 잠깐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오래 속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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