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백’ 사과하면 선거 진다는 與 일각의 잘못된 생각[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1-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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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문제가 여권을 공멸 위기로 몰아넣을 만큼 악화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런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가 한사코 사과를 거부하는 데 직접적 원인이 있다. 다만, 대통령실 입장이 ‘정치공작의 피해자인 만큼 사과할 이유가 없다→사과하면 야당이 더 물어뜯어서 4월 총선에서 진다→사과하더라도 사안의 종결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식으로 미세하게 변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어느 입장이든 잘못된 생각이다.

김 여사에 대한 사과 요구 여론이 높은 것은, 국민이 정치 공작임을 몰라서가 아니다. 대통령 부인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만나고 선물을 받은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이에 대한 직접 설명을 듣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 여사는 ‘사과가 필요 없고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유튜버와 신평 변호사의 글을 지인과 공유하는 식으로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한다고 한다. 이용 의원과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사과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들처럼 물어뜯을 것’ ‘피해자는 김 여사’ 등의 글을 올린다. 심지어 ‘침묵도 사과의 한 방법’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런 주장의 중요한 근거가, 2016년 10월 최서원(최순실)씨 태블릿PC에 대통령 연설문 등이 들어 있다는 보도가 있고 난 뒤 박근혜 대통령이 1차 대국민 사과를 함으로써 탄핵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도 최근 회고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악수(惡手)였다. 내가 각종 의혹에 대해 인정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사과했기 때문에 탄핵당한 게 아니라 국회 표결과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정치적·사법적으로 모면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기(失機)했기 때문이다. 사과는 종결 단계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과하느냐에 따라 종결 여부가 결정된다. 국민이 양해할 수준이면 계속 공격하는 야당이 되레 역풍을 맞을 것이다. 정직이 최상의 방책이다. 아무리 늦어도 설 연휴 이전엔 명품 백 문제를 깨끗이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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