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역풍[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1-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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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논설고문

공정거래위원회가 강행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이 사방에서 돌을 맞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24일 “혁신 시도가 위축되고 결국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제2의 타다금지법’으로 낙인 찍었다. 공정위는 “법 제정이 늦어지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며 여전히 공세적 입장이다. 연일 “거대 플랫폼들의 반칙행위로 결국 수백만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고 갈라치기 중이다.

플랫폼법은 ‘대규모유통업법’이나 ‘전자상거래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는 거대 플랫폼들의 자사 우대·끼워 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 대우 요구 등 네 가지 반칙을 막는 게 골자다. 반대쪽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두 가지다. 우선, 규제 대상이 되면 더 이상의 서비스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또, 토종 플랫폼 손발만 묶고 미국·중국 등 해외 플랫폼과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공정위는 ‘지배적 사업자’를 네이버·카카오 등으로 최소화하고 쿠팡·배달의민족 등은 제외하겠다고 슬쩍 물러선다. 구글 등 외국기업도 반드시 포함시키겠다고 장담하지만, 서버 소재지와 매출 회계 적용지가 해외에 있는 만큼 실제 법 집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국의 디지털 규제는 철저히 자국 이기주의 우선이다. 미국은 하원과 상원의 빅 테크 반독점 법안(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 등)을 싹 폐기했다. 틱톡·핀둬둬 등 중국 플랫폼의 거센 공세에 자국 플랫폼이 밀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아예 토종 플랫폼의 씨가 말라 미·중의 독과점 횡포에 맞서 자국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을 만들었다. EU는 미국의 챗GPT가 등장했을 때도 가장 먼저 인공지능(AI)을 규제했다. 하지만 프랑스가 강력한 미스트랄AI 개발에 성공하자 발 빠르게 태세 전환 중이다.

한국은 토종 플랫폼들이 글로벌 빅 테크에 맞서 간신히 시장을 방어 중이다. 학계에선 느닷없는 플랫폼법에 대해 “과도한 사전 규제”라는 비판이 대세다. 공정위는 시기도 잘못 골랐다. 중국의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살벌한 공습에 토종 플랫폼들이 악전고투하는 현실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플랫폼법 입법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역풍이 거센 만큼 공정위는 명예로운 회군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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