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작명 고통[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1-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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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우리나라만큼 정당의 생성과 소멸이 많은 곳도 드물 것이다. 역사상 등록된 정당은 무려 200개가 넘고, 30일 기준으로 50개의 정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으며 10개의 창당준비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이런 정당이 4·10 총선에 후보를 낼 경우 투표용지의 길이가 또 한 번 신기록을 세우지 않을까 주목된다. 4년 전 21대 총선 때 비례대표를 뽑는 투표용지의 길이가 35개 정당이 입후보해 48.1㎝에 달했는데 올해에는 50㎝가 넘을 가능성도 있다.

아직도 창당을 준비하는 정당이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당명이다. 비슷한 당명일 경우 선관위에서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데 당장 이낙연 전 대표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와 더불어민주당 탈당파들이 주도한 ‘미래대연합’이 합당을 의결하면서 ‘개혁미래당(가칭)’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이 유사한 당명이라며 바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중국집에 전화기가 두 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옆에 신장개업한 중국집 이름 조금 알려져 간다고 그대로 차용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비유했다. 개혁을 선점하겠다는 경쟁인데 선관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은 당명으로 ‘안철수신당’을 사용키로 하고 선관위에 신고했지만 불허됐다. 또 ‘국민당’을 신청했지만 이미 등록된 ‘국민새정당’과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불허했다. 결국 국민의당으로 당명을 허락받았다. 당시 안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연대는 허락하면서 왜 ‘안철수신당’은 불허하냐고 반발했다.

정당은 허가제가 아니라 5곳 이상의 시·도당을 만들고 5000명 이상의 당원이 있으면 정당 설립은 자유다. 2014년 헌재는 선거에서 2% 이상 표를 얻지 못하면 정당 등록이 취소되는 정당법을 위헌으로 결정함에 따라 이젠 4년 이내에 지방선거나 총선에 참여만 하면 당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지게 됐다. 그래서 지금도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한나라당이 여전히 등록돼 있다. 당명에 ‘미래’ ‘국민’ ‘대한’ ‘한국’ ‘녹색’ ‘자유’ ‘통합’ ‘민주’ 등이 단골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신당의 명칭을 정하는 것이 크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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