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손실에 골프 접대… 은행 ELS 판매 금지는 만시지탄[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1-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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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은행에서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문제가 된 홍콩H지수 ELS는 2∼4월에 만기가 집중돼 있고, 29일 헝다 청산 판결까지 겹쳐 올해 손실이 6조 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2019년 4024억 원의 손실을 봤던 독일국채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가 더 큰 규모로 반복되는 것이다. 당시에도 불완전판매로 손실액의 40∼80%를 배상했다.

금감원은 홍콩 ELS도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가 30.5%에 달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은행들이 직원들 성과를 평가할 때 고위험 상품 판매 실적에 30∼40% 이상을 배점해 사실상 ELS 판매를 부추겨온 사실도 드러났다. 내부 통제 부실까지 도마에 올랐다. 홍콩 ELS를 압도적으로 많이 판 국민은행에서 ELS 상품 구조를 결정하고 증권사 선정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증권사들로부터 15차례나 골프 접대를 받아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금융 당국은 4년 전에도 사모형 신탁 등 은행의 금리·주가 연계상품 판매를 금지시키려 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고, 비이자 수익을 늘려야 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며 “공모형 ELS는 팔게 해 달라”고 반발했고, 결국 이번 사태가 터졌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일어나는 풍선 효과도 심각하다. 라임펀드 사태 때 홍역을 치른 우리은행은 홍콩 ELS 판매액이 400억뿐이지만, 당시 쓰나미를 피했던 국민은행은 무려 8조 원어치를 팔아 최대 진앙지가 됐다.

고객들이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게 위해 믿고 찾는 곳이 은행이다. 현재 은행들의 허술한 내부 통제에서 ELS·DLF 같은 파생 상품 허용은 불완전판매와 뒷북 감독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되풀이되는 사회적 혼란도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 하나은행이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제라도 은행들의 파생상품 총량 규제를 넘어 ELS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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