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 관리 선진국’ 일본[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1-3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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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던 일본이 3위로 밀려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일본 정부는 2011년 2월 “작년 국내총생산(GDP)은 5조4742억 달러로 중국(5조8786억 달러)보다 4000억 달러쯤 적다”며 3위가 된 것을 확인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경제성장으로 1968년 세계 2위 대국으로 올라섰는데, 42년 만에 3위로 밀려났다. 2010년은 일본이 중국의 공포스러운 굴기를 체험한 해이기도 하다. 그해 9월 일본은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민을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이후 중국이 희토류 수출 중단 등을 협박하자, 무조건 석방하는 식으로 타협했다. 법치국가 일본이 중국의 경제 압박에 백기를 든 것인데 이때부터 중국에 대한 공포가 생겨났다.

이제 일본은 3위 자리도 곧 독일에 내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의 GDP는 4조2300억 달러로, 4조600억 달러를 기록한 독일과 격차가 1700억 달러에 불과하다. 2020년 3위 일본과 4위 독일의 격차는 1조 달러가 넘었다. 그러던 것이 한 해 뒤 6700억 달러로 좁아졌고, 그 격차는 점점 줄어 이제 추월당할 일만 남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이 2026년엔 인도에도 밀려 5위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1인당 GDP는 2022년 주요 7개국(G7) 중 7번째로 꼴찌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하는데, 1980년대 미국을 넘어설 것 같은 기세로 ‘재팬 넘버 원’을 외쳤던 일본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 1990년대 장기 불황과 침체 속에서 잃어버린 10년이 20년, 나아가 30년이 되면서 만성적 악순환에 빠진 탓이다.

중국 경제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피크 재팬이란 용어처럼 피크 차이나 개념이 생겨났다. ‘중국 경제의 일본화’란 표현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중국의 GDP는 2021년만 해도 미국 대비 76.4%였지만, 지난해엔 64.0%로 뒷걸음쳤다. 중국의 G2 지위는 유지되겠지만, 미국을 넘어서지 못한 채 내리막 길로 접어든 듯하다. 일본의 하강 과정은 평화로웠다. 2021년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가 일본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란 글에서 일본을 ‘쇠락 관리의 선구자(harbinger)’라고 평했다. 요란한 굴기로 이웃을 괴롭혀온 중국이 수축기를 슬기롭게 견디는 일본의 경험을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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