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前 ‘슈퍼컴퓨터 vs 세계체스챔프’ 대결… AI시대 예고[역사 속의 This week]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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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96년 2월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겨뤄 승리했던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1997년 5월 열린 재대결에서 체스판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 연합뉴스



■ 역사 속의 This week

2016년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4대1로 누르며 승리하자 인류는 충격과 두려움에 빠졌다. 대국 전 ‘기계가 체스는 이겨도 바둑은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바둑 이전에 AI가 인간 체스왕과 경기를 벌인 것은 그로부터 20년 전이었다.

1996년 2월 1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와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카스파로프는 1500년 체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평을 받은 체스계의 전설이었다. 체스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그는 1985년 22세에 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오른 이래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딥블루의 전신은 1985년 미국 카네기멜런대가 개발한 ‘딥소트(Deep Thought)’로 IBM은 딥소트 개발팀과 손잡고 딥블루를 탄생시켰다.

지력 싸움인 체스에서 기계가 인간의 통찰력을 이길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이날 딥블루가 첫 승을 거뒀다. 총 여섯 번의 대국에서 3승 2무 1패로 카스파로프가 최종 승리했지만, 컴퓨터가 올린 첫 승은 AI 시대를 예고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듬해인 1997년 5월 딥블루는 ‘디퍼 블루(Deeper Blue)’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한층 업그레이드돼 카스파로프에게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초당 2억 가지의 수를 읽고 지난 100년간 체스 고수들의 기보가 저장돼 있었다. 카스파로프는 “인간의 지식과 직관, 상상력이 컴퓨터의 계산능력을 완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이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첫날 경기는 카스파로프가 이겼지만, 1승 3무 2패로 딥블루에 무릎을 꿇으며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후 IBM은 대화형 AI 프로그램 ‘왓슨’ 개발에 나섰다. 왓슨은 2011년 미국 유명 TV 퀴즈쇼 ‘제퍼디’에 출전해 사상 최초로 인간과 퀴즈 대결을 벌였고, 최다 우승자와 최고 상금 보유자를 압도적인 차이로 이겼다. 2016년 이세돌과 대결을 벌인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는 더욱 진화했다. 이세돌은 세 판을 내리 내주며 고전했다. 그래도 창의력을 발휘해 1승을 올림으로써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으로 남았다.

인간과 기계와의 대결에서 첫 패배를 기록한 카스파로프는 대결 20년 후 2017년 펴낸 ‘딥씽킹’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게임을 치르는 여섯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시계 초침 소리에 조급함을 느끼지 않으며, 허기지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도 없는 상대와 겨루는 것은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2005년 체스판을 떠나 야당 정치인으로 변신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비판에 앞장섰던 그는 2013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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