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은 불출마, ‘용핵관’은 양지… 與 혁신 물 건너가나[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2-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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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두 달 남짓 앞둔 범여권 실상을 보면, 4년 전 참담한 패배의 기억은 고사하고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교훈까지 망각한 듯하다. 탄핵으로 정권을 넘겨주고도 쇄신과 중도 확장에 실패하고, 엉터리 공천까지 겹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민심은 영남과 서울 강남권으로 위축된 무기력·웰빙 정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혁신할 것을 요구하지만, 이른바 ‘용핵관’(용산 대통령실과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 등의 행태는 이와 거리가 한참 멀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의 촉발점이 됐던 김경율 비대위원이 4일 서울 마포을 출마를 포기한 것은 상징적이다. 김 비대위원이 정치적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후 대통령실에서 사천(私薦) 운운하면서 비대위원 사퇴를 요구했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 백 논란과 관련한 쓴소리가 배경이었다. 국민의힘이 이날 공천 신청을 마감한 결과,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서울 강남을,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을 선택했다. 한 위원장이 86운동권 기득권 타파의 상징 인물로 내세운 김 비대위원을 ‘사천’이라고 비난하던 대통령실이 ‘용핵관’은 양지에 내리꽂는 모양새다. 지지 기반 확장에 필요한 인사는 몰아내고, 용핵관은 양지를 탐한다면 총선 결과는 뻔하다.

한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개인적 인기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당 지지율은 정체 상태이고, 윤 대통령 지지율은 더 떨어진 이유도 말로만 혁신을 외쳤지 바뀐 게 없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정부와 여당이 연일 GTX 조기 착공과 확대, 의원정수 축소 등 정치개혁 같은 굵직한 공약을 발표해도 힘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올해도 신년 회견을 건너뛰고 KBS와의 대담을 4일 녹화해 7일 방송키로 했는데 정도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민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아무리 총선 공약을 발표해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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