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서 퍼지는 전동킥보드 위험운전…학원 빨리 옮겨 가려고 이용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1 06:48
  • 업데이트 2024-02-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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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전동킥보드3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두 학생이 한 개의 전동킥보드에 올라타 차도를 지나고 있다. 노지운 기자



빠른 학원 이동 위한 전동킥보드 인기
원동기·운전면허 없어도 인증 가능
10대 전동킥보드 사고 5년 간 44배



“다음 학원까지 30분 남았어요. 걸어서 15분인데 전동킥보드라도 타야 간식 먹을 수 있어요”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는 약 150대가 넘는 전동킥보드로 인도가 뒤덮여 있었다. 오후 5시쯤 몇몇 학생들은 전동킥보드를 타고 인도에서 보행자들 사이로 곡예주행했다. 두 학생이 한 전동킥보드에 올라타 인도와 차도를 가로지르기도 했다. 이에 차도 위를 달리던 승용차와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전동킥보드를 탄 채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고등학생 A(18) 군은 “면허가 없어 부모님 면허로 인증했다”며 “학원이 5시까진데 빨리 이동하려고 이용했다”고 말했다. 학원 앞 인도에 전동킥보드를 주차하던 B(17) 양도 “학원이 30분 뒤에 있는데 킥보드를 타면 3~4분”이라며 “그래야 간식이라도 살 짬이 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려면 원동기운전면허 또는 자동차면허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일보 확인한 결과, 전동킥보드 업체 9곳 중 5곳의 인증 과정이 허술했다. 바닥이나 나무를 찍어도 인증이 되거나 면허 인증을 하지 않아도 대여가 되는 방식이었다. 수원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C(19) 군은 “사진으로 면허증을 인증하는 방식인데 나무를 찍어도 인식이 돼 등하교 할 때 타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를 운영하는 업체가 자동차대여사업자가 아닌 자유업으로 분류되면서, 업체가 운전자의 면허 정보를 수집·확인할 근거가 없고 정부 역시 관리·감독할 의무가 없는 탓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전동킥보드2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한 학생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행인들 사이를 지나고 있다. 노지운 기자

경찰도 10대들의 무면허 전동킥보드 운전을 단속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전동킥보드는 번호판이 없어 무인단속이 어렵고 인도나 좁은 골목으로 도망가면 추적도 어렵다”고 말했다. 단속을 한다해도 ‘과태료 10만 원’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 학생들 사이에서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보니 10대 전동킥보드 사고 또한 늘어나고 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발생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총 5060건으로, 연령별로 살펴보면 20세 이하가 35.4%(2017건)로 가장 많았다. 사고 건수도 2018년 25건에서 2022년 1096건으로 44배 이상 증가했다.

국회에는 이러한 법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오는 4월 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2년 7월 킥보드 대여업체 면허 인증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학생 대상 안전 교육을 철저히 하는 한편 과태료를 현행보다 높이고 부모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새 이동수단에 걸맞은 새 규제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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