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빼가기 방지’ 자율협약, 약발 없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2-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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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보험대리점 위반 적발되자
협약 탈퇴하고 현장조사 회피
스카우트 경쟁 자정노력 무색
이직한 설계사는 고객 쟁탈전
“금융당국 적극적인 감독 필요”


보헙업계가 보험영업대리점(GA) 간 과열 경쟁을 막자며 도입한 자율협약의 실효성이 없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협약 위반 신고가 들어온 GA가 소명 과정에서 협약을 탈퇴해버리는 일이 발생하면서다.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부산에 본점을 둔 대형 GA 스카이블루에셋은 협회가 자율협약 위반 행위와 관련해 현장조사에 나서려 하자 협약을 탈퇴한다고 지난 7일 통보했다. 협회는 “해당 회사가 2차 소명과 현장조사를 회피하려는 시도로 판단한다”며 중대한 협약 위반으로 규정하고, 금융감독원에 위반 내용을 전달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자율협약이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위반이 확정된 사례다.

보험업계에서는 과도한 설계사 빼가기 등 불건전 영업질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가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마련한 자율협약이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율협약은 설계사에게 초년도 판매수수료가 월 보험료의 120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협약을 위반한 GA는 시정요청 및 제재조치를 받게 되고, 위반사항을 감독당국에 통보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처벌이나 법적 제재가 없는 자율협약의 태생적인 한계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자율협약에는 GA 47개사, 설계사 18만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

통상 GA 회사들은 실적이 우수한 설계사에게 직전 해 연봉의 50% 수준의 목돈을 주고 영입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협약 위반 논란이 제기된 스카이블루에셋은 이보다 높은 수준의 스카우트 비용을 제시했고, 집단 이직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보험사의 경우 지난해 60여 명이 스카이블루에셋으로 소속을 옮겼고, 앞으로도 20명이 추가 이직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소속을 옮긴 설계사들이 스카우트비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고객에게 계약 해지를 유도하고 새로운 계약으로 갈아타게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한 대형 손해보험사가 522건의 부당 승환계약 등으로 9억6000만 원대의 과징금 및 과태료를 부과받은 전례가 있다. 금감원은 부당 승환계약을 근절하기 위해 고객이 유불리를 따져볼 수 있도록 비교안내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점검 및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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