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합의 안 되니 의석 늘리자” 이게 현 정치권 수준[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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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D-41)에서 처리할 수 있는 행정 절차상 마감 시한(26일)을 넘겨버렸다. 총선 1년 전(지난해 4월 10일 이전)에 마쳤어야 할 일을 마냥 미루고 아직도 처리하지 못한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가 범법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합의가 안 되면 의석수라도 늘리자”는 방안까지 거론됐다고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양당 원내대표와의 회동 때 한 얘기라니,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당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안대로 처리했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당리당략, 특히 ‘전북 1석’을 줄이자는 데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불만이 상황을 더 꼬이게 했다. 획정위 원안은 서울·전북에서 1석씩 줄이고, 인천·경기에서 1석씩 늘리는 것이다. 민주당은 전북 1석이 아닌 부산 1석을 줄이자고 제안했고, 국민의힘이 거부해 팽팽하게 맞서왔다. 원안대로 처리될 경우 위헌 소지는 없지만, 서울 면적의 8배인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기형적 선거구가 생긴다. 해당 지역 반발 등을 고려해 4개 선거구를 특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원안으로 가면 소용이 없게 된다.

이런 와중에 김 국회의장의 제안이 나왔다. 지난 26일 “선거구 협상에 진척이 없으니 의원 정수를 1명 더 늘려 301명으로 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전북 1석’을 줄이지 말자는 의미다. 협상이 안 되니 의석을 늘리자는 발상이 놀랍다. 선거가 임박해서야 선거제도와 선거구를 확정하는 하는 건 고질병이 됐다. 이번에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다 이 지경이 됐다. 선수가 경기규칙을 만드는 방식은 더는 안 된다. 권한을 외부 독립기관에 주고, 국회 처리가 지연될 경우 일정 시점에 자동 확정되게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런 저질 정치를 해온 제21대 국회의원의 대폭 물갈이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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