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盧-文정부 주요 인사 마구잡이 내치는 李, 뭘 노리나[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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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공천 내홍을 관통하는 저류(底流)는 과거 집권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사들을 거의 막무가내로 내치는 것이다. 그 방법도 정상적인 민주 절차를 벗어난 꼼수와 속임수 등으로 점철됐다. 그런 행태가 다소나마 정당성을 가지려면 집권을 위해 필요한 더 나은 인재를 영입해야 하는데, 그들이 쫓겨난 자리는 대개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이 채운다. 국정 경험이 없거나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사실상 집권을 포기한 행태 아닌가.

민주당은 27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사실상 공천에서 배제했다. 그뿐 아니라 민주당이 배출한 3명의 대통령 시절, 즉 김대중(DJ)-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국정 경험을 쌓았던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밀려났다. 친노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가 임 전 실장 배제에 반대했지만, 거부하고 친명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했다. 문 정부 출신인 노영민 전 비서실장, 황희·전해철 전 장관 등은 일단 살아 남았지만, 친명 후보들과 경선을 치러야 한다. 개딸들은 “가만둬선 안 된다”고 여론전을 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있는 ‘험지’ 경기 분당갑에 전략 공천됐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원조 친노 김종민 의원은 탈당했다. DJ 정권의 주축이던 동교동계에서도 설훈 의원이 탈당했고, 이낙연 전 대표는 딴살림을 차렸다. 그뿐 아니라 인재근 의원이 불출마한 데 이어 기동민 의원까지 컷오프에 몰려 김근태계는 사실상 소멸될 지경이고, 정세균계에선 이원욱 의원이 탈당했다. 친명을 제외한 모든 계파의 주요 인사들을 몰아낸 셈이다.

방법도 ‘불법적 공작’이라고 할 만큼 심각하다. ‘비명 쳐내기’용 여론조사 의혹도 있다. 당 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한 정필모 의원은 “나도 속았다”고 폭로했다. 의정활동 하위 평가의 근거도 알려주지 않았다. 이러니 “남의 가죽을 벗기느라 손에 피 칠갑” 극언까지 나온다. 국민 입장에서는 신익희-조병옥-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유구한 정당이 “1인 지배 사당, 방탄과 사욕을 위한 전체주의 집단”(박영순 의원)으로 망가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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