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길 듯 끊기지 않는… 애잔한 선율에 녹여낸 ‘실연의 아픔’[이 남자의 클래식]

  • 문화일보
  • 입력 2024-02-29 08:54
  • 업데이트 2024-02-29 09:46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남자의 클래식 - 타레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女제자에 거절당하자 여행길
알함브라 궁전 바라보며 작곡

스페인 민족정서 다양한 변주
클래식 기타 음악 완성한 거장


클래식 음악사는 오페라의 종주국으로 대변되는 이탈리아와 교향곡 등의 기악음악으로 대표되는 독일, 오스트리아에 의해 쓰여왔다. 스페인은 유럽의 강대국이자 문화 강국임이 분명하지만 클래식 음악에 있어선 변방과도 같은 나라다.

인상주의 음악을 시작으로 근대음악을 이끈 프랑스나 민족적 선율을 차용해 국민주의 음악을 꽃 피워낸 북유럽에 비해서도 그 영향과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스페인이 클래식 음악사에 있어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기타 음악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서 클래식 기타의 표본이라 할 만한 작품이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1852년 11월 21일 스페인의 비야레알에서 태어난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de assis Tarrega Eixea)는 ‘기타의 사라사테(명 바이올리니스트)’란 별명으로 불릴 만큼 당대 최고의 비르투오소(명연주자) 기타리스트이자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곡가다. 타레가는 ‘기타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데, 20세기 클래식 기타 음악에 있어 그가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우선 현대 클래식 기타의 연주법, 현재 기타 연주자들이 앉는 방식이나 몸의 자세, 그리고 다양한 주법들은 타레가에 의해 창안되고 재정립된 것으로 현대 기타 연주법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주법을 창안했다는 사실만으로 ‘기타의 아버지’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타레가는 새로운 주법을 통해 보다 진보된 연주의 가능성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기타를 위한 새로운 작품들을 발굴하고 작곡해 미래 연주자들이 계승·발전할 수 있도록 진정으로 기타 음악의 토대를 세운 음악가다.

그는 바흐, 베토벤, 쇼팽 같은 선배 거장 음악가들의 작품들을 기타를 위한 연습곡으로 편곡했다. 이를 통해 기타가 가진 보다 풍부한 표현과 테크닉의 가능성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기타 레퍼토리를 확장시켰다. 이는 그의 최전성기인 20대 후반부터 무려 20년간 이어진 일로 그가 기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또 결코 한 기타 연주자로서의 성공에만 몰두하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스페인의 민족적인 선율과 요소들을 음악에 녹여내 왈츠, 전주곡, 연습곡, 무곡 등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작곡했다. 그중 가장 빼어나며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사실 여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 작품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당대 최고의 기타리스트였던 타레가에겐 수많은 제자가 있었는데, 그중 한 여인, 유부녀였던 콘차 부인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던 것. 타레가는 용기 내 고백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실의에 빠진 채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정처 없이 떠난 그의 발길이 머문 곳은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앞이었고, 이때 눈 앞에 펼쳐진 궁전의 아름다운 풍경과 실연의 추억, 자신의 애잔한 마음을 함께 담아 작곡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랍어로 ‘붉다’(알함브라)라는 의미를 가진 알함브라 궁전은 1492년 스페인에 존재했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의 궁전으로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타레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클래식 기타 음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기타 특유의 트레몰로(같은 음을 같은 속도로 여러 번 치면서 연주하는 주법)에 의한 애잔한 선율이 압권이다. 멈출 듯이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율은 알함브라 궁전의 수로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묘사하듯, 마치 타레가의 두 눈에서 실연의 눈물이 흐르듯 담백하고 아름답게 노래한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