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도 비관도 힘든 ‘애매모호 경제’가 ‘에브리싱 랠리’ 낳았다[Global Economy]

  • 문화일보
  • 입력 2024-03-19 09:22
  • 업데이트 2024-03-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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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하안송 기자



■ Global Economy
비트코인·주식·금… 위험·안전자산 이례적 동시 급등, 왜?

美 경제 연착륙 기대 확산에도
상업 부동산發 금융 위기 우려
비트코인·금에 자금 함께 몰려

저금리 아닌데도 기현상 일어나
약달러 전제한 랠리 지속 힘들듯
일각선 “현금비중 늘려라” 권고


대표적 위험자산인 비트코인과 주식, 안전자산인 금이 동시에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야말로 모든 자산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도는 돈은 한쪽으로 쏠리면 다른 한쪽에서 밀물처럼 빠져나가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이례적 상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근저에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현 경제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동반 상승 =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광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등세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들어 처음으로 7만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4일 7만375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또 한 번 새로 썼다. 2021년 11월 6만7527달러를 기록한 이후 2년여간 속절없이 하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일부 이익 실현 매물로 조정을 받기도 하지만 추가 상승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동시에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전 세계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으로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나스닥은 이달 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다른 뉴욕증시의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지난 12일 사상 최고치인 5175.27에 거래를 마쳤다. 미 증시 호황에 힘입어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4만 선을 넘어섰다. 이 같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은 역성장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실물 경제가 안 좋은 독일 주식시장(DAX 지수)과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한 프랑스(CAC40 지수) 등 유럽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위험자산에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도 올 들어 급등하고 있다. 금은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올해 4월물 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16.30달러(0.76%) 상승한 온스당 2158.20달러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브리싱 랠리’ 왜? = 저마다 가격 상승 요인은 있다. 우선 금은 지정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 금값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미국의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오는 4월 발행 물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의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은 금과 비트코인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금리가 인하하면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달러 대체수단으로 거론되는 가상자산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 때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풀었던 달러가 여전히 넘치는 상황에서 미국이 올해 통화 긴축 정책을 끝내고 이르면 6월쯤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자 풍부한 시중 자금이 달러 약세를 예상하고 금과 비트코인 등으로 몰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근본적 배경에는 현재의 뜨뜻미지근한 경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과 비관, 둘 다 쉽사리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동시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에 대해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선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경제성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계속되는 미 상업용 부동산 위기와 금융권으로의 전이 가능성도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은 끝났지만, 인하 시점과 횟수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에브리싱 랠리’는 단기현상 = 통상 모든 자산이 급등하는 에브리싱 랠리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저금리 시기에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달러 약세를 전제로 한 에브리싱 랠리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온라인 투자 플랫폼 트레이드스테이션의 글로벌 시장전략 책임자 데이비드 러셀은 “금의 강세는 비둘기파적인 Fed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Fed의 인하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해졌다”며 “금리 인하가 기대만큼 빨리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이렇게 되면 금값 인상 동력도 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도 “모든 것의 가격이 올랐고, 우량주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으며, 고평가 국면에 빠지게 됐다”면서 에브리싱 랠리에 대한 경계심을 내비쳤다. 건들락 CEO는 현재 금융시장의 여건이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2000년 초를 연상시킨다며 현금 비중을 늘릴 것으로 권고했다.

오는 20일 발표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보면 올해 Fed의 금리 인하 속도를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ed가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공개한 점도표에서 위원들은 올해 세 차례(총 0.75%포인트) 금리 인하를 전망했는데 수정 여부가 관건이다. 3회 인하에서 2회 인하로 수정될 경우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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