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생필품 부가가치세 인하’ 공약 부적절하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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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8일 “출산·육아용품·라면·즉석밥·설탕·밀가루 등의 생필품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10%에서 5%로 인하하도록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3%대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아 서민 생계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는 평가받을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역풍도 고려한 듯하다. 부가세는 지난해 73조8000억 원으로, 소득세(115조8000억 원)·법인세(80조4000억 원)와 함께 3대 세목이자 가장 중요한 기저(基底)세금이다.

총선 판세가 불리하다고 해서, 1977년 도입된 후 47년간 10% 단일 세율을 유지해온 부가세를 섣불리 건드리는 건 한마디로 부적절하다. 세법 개정 사안일 뿐 아니라, 경기나 물가 조절에 세법을 동원하는 것은 비합리적 접근이다. ‘한시적’ ‘탄력적’도 방어막이 될 수 없다. 부가세는 애초 13% 기본세율에 3% 탄력세율을 적용했으나 1988년 폐지됐다. 영세업자 특례 조항도 탈세 문제로 23년 만에 삭제됐다. 부가세 10%에 ±3%포인트 탄력세율 부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실패한 이유다.

부가세를 내린다고 물가가 내린다는 보장도 없다. 세율 인하분을 사업자가 더 많이 차지하고 소비자에게 적게 돌아갈 수 있다. 부가세를 내리면 소비를 많이 하는 계층이 더 큰 혜택을 본다. 지난해 세수 펑크가 56조 원을 넘었던 만큼 재정건전성 우려도 크다.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선진국 평균 부가세율이 18%인 만큼 한국도 ‘중부담-중복지’를 위해 부가세율을 더 올려야 한다”고 권고한다. 부가세 인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살포’ 만큼 위험한 총선용 포퓰리즘 공약이다. 단기적인 물가 급등에는, 사과·배 파동에 1500억 원 긴급 안정 자금을 투입한 것처럼 재정을 동원하거나 취약 계층에 직접 쿠폰이나 보조금을 선별 지원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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