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토론도 불참… 묻지 마 지지가 유권자 무시 자초한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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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54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 대부분은 유권자를 한 명이라도 더 만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호남과 대구·경북 등 소위 ‘텃밭’에 출마한 후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공천=당선’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선거유세를 거의 하지 않거나,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선관위 주최 법정(法定) 토론회에 불참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묻지 마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 책임도 있겠지만, 후보들도 국민을 얼마나 무시하길래 이런 행태를 보이는지 기가 막힌다.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후보는 지난달 29일 지역 선관위가 주관한 생방송 토론회를 1시간 30분 앞두고 돌연 불참했다. ‘몸에 열이 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다. 광주시 선관위는 3일 조 후보에게 과태료 1000만 원 부과를 의결했다. 전북 전주시을에 출마한 민주당 이성윤 후보도 지역 방송사 주관 토론회에 4차례나 불참했다. 지역 KBS가 주최한 토론회의 경우 자신의 공약인 ‘김건희 종합특검 관철’을 방송사 측이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 관철’로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내자 ‘입틀막’운운하며 돌연 불참했다.

국민의힘이 우세한 TK 지역에선 여당 후보들이 법정 토론 이외의 토론은 상대방이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토론을 거부하고 있다. 토론 말고도 전남 지역의 민주당 한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8일째인 4일 유세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태료를 무는 선관위 토론회만 나가고 하루 1번 유세를 하는 둥 마는 둥이다.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돼도 다음 선거 땐 물갈이 소리가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경쟁이 없는 곳에선 좋은 국회의원이 나오기 어렵다. 국민과 국익보다 다음 공천을 노린 줄서기가 급선무이고, 갈수록 정치는 퇴행한다. 유권자를 우습게 아는 오만한 후보에 대해선, 아무리 지지하는 정당의 공천을 받았더라도 거부하는 것이 주권자 대접을 제대로 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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