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 ‘정부와 1대1 대화’ 고집… 실마리 안풀리는 ‘의료개혁’

국회 차원의 특위 제안에도 냉랭
전공의 “의사 파업권도 인정해야”

정부가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데 각계 합리적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사들은 정부와의 ‘일대일 대화’만 주장하고 있어 총선 이후에도 의정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추진하는 데 이어 야당도 국회 차원의 특위를 제안했지만 의사단체 반응은 냉랭하다. 의료 파행을 불러온 전공의들은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 외에도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과 군 복무 기간 단축 등 병원 복귀 조건을 늘려가고 있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1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총선 이후 엿새 만에 의대 증원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국무회의 직후 의료개혁 추진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조만간 정부와 의료계,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료개혁특위를 구성해 이를 주축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은 여야 정치권과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의사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위에 환자나 시민단체가 참여하면 의료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협의체에 (야당 제언대로) 소비자와 환자 등 시민단체가 들어오면 의료계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분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도 전날 SNS에 공론화 특위 참여 의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임 당선인도 정부와의 양자협의체를 고수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혜주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이날 세계의사회(WMA) 산하 젊은의사네트워크(JDN) 주최 행사에서 “한국에서는 의사의 파업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는 사직한 의사들에게 업무 복귀를 명령하며 불이행 시 의사 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권력을 남용했다”며 “의사는 파업할 수 없지만, 우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도경·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