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 큰 ‘중처法’과 헌재의 책무[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4-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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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서울 시내 금싸라기 땅에 초고층 빌딩을 지으려고 계획했던 기업인이 끝내 꿈을 접었다고 한다. 공사 기간이 5∼6년 걸릴 텐데, 그 기간 내에 안전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은 없고, 인명사고가 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으로 사업자인 자신이 감옥에 갈 수도 있으며, 그 경우 가정과 사업체가 위험에 빠지게 되고, 운영하는 회사의 사내이사 취임도 국민연금의 반대로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을 생각해 보면, 굳이 자신이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마침 헌법재판소가 지난 9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청구한 중처법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업계로서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인데, 헌재가 기업인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중처법은 2022년 1월 시행 전부터도 위헌 논란이 있었다. 이 법률의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 부여와 과도한 처벌 때문이다. 본래 이 법률의 입법 목적 자체가 ‘처벌법’이었다. 그래서 박주민·이탄희·박범계·강은미 각 의원이 내놓은 법률안 명칭이 다 같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이었다. 이처럼 처벌법, 즉 형사법이라면 이 법률은 형사법에 적용되는 죄형법정주의 등 헌법의 기본 원리에 합치해야 한다.

헌법의 죄형법정주의에서 나온 파생원칙의 하나는 ‘명확성 원칙’이다. 중처법에는 ‘인력·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같은 의무조항이 열거돼 있는데, 그 구체적인 것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시행령을 보면 다시 ‘필요한’ 조치, ‘필요한’ 예산 편성, ‘충실히’ 수행, ‘필요한’ 권한과 예산 부여와 같은 모호하고 추상적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 범위도 불명확하고, 개선·시정에 대한 관계 법령의 범위 또한 불분명하다. 이들은 모두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실제 행위자인 수급인 등’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혹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적용을 받아 통상의 처벌을 받는데, ‘관리 감독상 책임자 등 제2차적 책임자인 도급인 및 사업주’는 중처법에 따라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책임주의 위반이다. 비례성 원칙 위반도 엿보인다. 중처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이 동일한 수준의 구성 요건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두 법의 적용 결과, 형량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망자 1명이 발생할 때, 산업안전보건법상 치사죄는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및 1억 원 이하의 벌금’이고, 중처법상 중대재해 치사죄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병과 가능)’을 부과한다. 신체를 구속하는 자유형을, 그것도 하한형(1년 이상)으로 규정하는 것도 기업인을 과도하게 차별해 형평성을 잃었다. 자유형보다는 금액이 다소 과도하더라도 재산형(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한국은 사업자 또는 CEO의 형사책임 리스크가 크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제임스 김 회장은 중처법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훌륭한 CEO들이 한국행을 꺼린다”고 했다. 잘못된 법률 하나가 한국 산업을 파괴하고 기업가 정신을 말살시키며 국가를 범죄공화국으로 만든다.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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