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회담 열리면 의대 증원 규모부터 합의해 보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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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어려운 일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다. 여야 정치권의 최고위 인사들이라면, 당연히 국가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온갖 우여곡절과 정치적 득실 계산 끝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정치 양극화가 사실상 국가를 양분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정도로 시급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전례가 적지 않다. 또, 한 번 만난다고 모든 문제가 풀릴 수도 없다. 그런 만큼 ‘영수(領袖)’라는 표현에 걸맞은 국가 대계(大計)를 다루고, 세부 사항은 원내대표 회담 등으로 넘기는 게 옳다.

그런 점에서, 제1의 회담 의제는 의료개혁 문제가 돼야 한다. 수십 년 미뤄진 국가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민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게다가 큰 방향에서는 여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도 추진했던 정책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2000명 증원에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이 대표도 총선 때 “파업 그 이상을 해도 의대 정원 확대는 피할 수 없다. 의사 파업은 국민의 관점에서 용인하기 어렵다”며 현장 복귀를 요구한 바 있다. 2000명 숫자에 집착하지 말라는 야당 요구는 정부의 최대 1000명 자율 조정 방침으로 상당 부분 충족됐다.

두 사람이 증원 규모에 대해서라도 일치된 입장을 보인다면, 2개월을 넘긴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해결의 중대한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정부는 25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고, 이 대표도 국회에 유사한 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는 주 1회 진료·수술 중단을 결의했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원흉 박민수(보건복지부 2차관), 조규홍(장관), 김윤(전 서울대 의대 교수)이 설치는 게 걸림돌”이라며 “이 자들부터 하루속히 치워라”고 막말까지 하는 만큼 정치적 합의가 더 절박한 시점이다.

물론 다른 현안도 많다.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 문제는 대상을 조정하고,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은 원내대표 회담 등으로 넘기는 게 현실적이다. 법률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사과 요구는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일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대통령이 지휘하는 행정부로 정치 리더십이 분열돼 2027년 대선까지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경제 기적의 종언까지 우려한 사실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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