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이 尹대통령 만나겠다는 李, 협치 진정성 보여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2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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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해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회담이 공표된 지 1주일이 지나도록 일정 등이 정해지지 않은 교착 상태를 정리한 이 대표의 입장은 매우 바람직하다. 단, 4·10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 내 전개된 기류나 두 차례 실무 협의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과연 민주당이 협치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3일 첫 실무 회동에서 윤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민생회복 지원금(전 국민 1인당 25만 원)이 최우선 순위다. 이는 재정·물가 등 거시지표를 살펴야 하는 문제로, 대통령의 결단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 대표가 이날 회담 신속 개최 의사를 밝힌 것도, 전날 발표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며 민간 주도 성장이란 해석이 나오자 자신의 ‘민생 위기론’이 묻히지 않을까 우려한 게 배경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데 대해 사과하라는 요구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유일한 국회 견제 수단을 쓴 것은, 민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면서 단독으로 처리한 입법 폭주 남발이 원인이다. 이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순서 아닌가. 정치 상식과 절차에 부합하는 요구를 해야 성과 있는 회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청구서를 내밀며 압박하는 것은 총선 압승의 기세를 몰아 전승국처럼 항복문서에 서명하란 태도로 비칠 수 있다.

민주당에선 연일 “협치는 없다”는 강경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회의장 후보들까지 중립의무를 내팽개치겠다는 판국이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회담의 성공 여부는 관심이 없고, 대통령만 몰아붙이면 그만이라는 듯하다. 이런 기류라면 이 대표가 “민생을 위해 협치가 필요하다”며 영수회담을 제안했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요구만이 아닌 양보·절충을 통해 회담의 성과를 내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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