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개미 울리는 ‘쪼개기’ 제동 추진
외환위기후 구조조정 위해 도입
대부분 상장후 모기업 주가 급락
자율공시 확대로 증시왜곡 방지
재계 “해외 투기자본 침공 우려”
정부가 ‘쪼개기 상장’(모자 기업 복수 상장) 관련 상장사 자율 공시 확대를 유도하는 것은 쪼개기 상장이 그만큼 ‘K-증시’ 왜곡 현상을 심각하게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해서다. 쪼개기 상장만 줄어들어도 코스피지수가 3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투자자의 장기투자를 통한 자산 형성 유도가 핵심인 만큼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대해 신뢰받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쪼개기 상장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해 주식매수청구권·공시·상장심사 등 쪼개기 상장 관련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 마련에도 지난해 △일부 주주 매수청구권 제한(이사회 결의 전 분할 관련 주주확정 기준일 결정) △미계획 공시에도 분할 직후 1개월 내 신설회사 매각 등의 사례가 발생하며 주주권한이 침해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만, 정책 도입 이후 지난해 쪼개기 상장 추진 건수는 19건으로, 직전년 대비 45.7% 감소했다.
쪼개기 상장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 사업부 매각을 쉽게 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 부문을 분리 상장해 ‘중복 계상’(더블카운팅)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다. 핵심 사업이 떨어져 나간 모회사 주주들 사이에서는 기업가치, 주가 하락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계열사 상장 이후 주요 기업의 3개월 후 주가 추이를 보면,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주가가 24.1% 내렸다. 카카오 주가도 카카오페이 상장 이후 31.6%,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11.7% 하락했다. SK는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28.7%,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상장 이후 11.4%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기업 밸류업 관련 증권학회 정책포럼에서는 쪼개기 상장만 줄어도 코스피가 지금보다 3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인책을 통해 쪼개기 상장 대책을 강화하는 데는 기업 내재가치(펀더멘털) 향상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도 함께 이행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투자하고, 자산을 형성하도록 구성됐기에 지배주주와 일반 주주 간 이해 상충이 최소화해야 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대주주 일감 몰아주기 등 ‘터널링 해소 방안’도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에 담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재계 안팎에서는 공시 내용은 자율이지만 행동주의 펀드, 해외 투기자본 등이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할 수 있다며 공시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 좌담회에서 “기업 지배구조는 각 기업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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