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열린 尹·李회담과 초당적 국가 개혁 과제[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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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9일 오후 회담은, 만남 그 자체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2년 전 대선 승패에 따라 국정 최고책임자와 야당 최고지도자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입법 독주와 거부권 발동 등 대선 연장전 같은 대치가 이어지면서 국가 시스템이 표류해왔는데, 이런 상황을 개변(改變)할 계기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우여곡절이 말해주듯, 엄청난 합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여야의 정책과 노선도, 두 사람의 정치적 노림수도 크게 다르다. 그런 만큼 국가 지도자 입장에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국가 개혁 과제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 협력을 필요로 하고, 이 대표는 국정 책임을 공유하고 수권 역량을 입증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두 사람이 2년 동안 만나지도 않았다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이다. 과제가 산적한 만큼 구체적 접점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앞선 사전 실무회담에서 야당은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 등의 확답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의 거부로 결렬 위기까지 갔었다. 이 대표 결단으로 만남이 성사된 만큼 정부와 야당이 수시로 다양한 레벨에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를 벗는 이벤트 정도로 여긴다면 패착이다. 이 대표도 정치적 실체를 과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사법 리스크 완화를 기대한다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간의 회담에서 의약 분업 합의를 이뤄낸 것은 좋은 선례다. 김 대통령 재임 시절 7차례나 영수회담이 열린 것은 김 대통령의 정치력과, 매번 ‘배신’당했다고 하면서도 국가적 과제 앞에 만남을 이어간 이 총재의 노력 덕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때보다 훨씬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전공의 사태로 촉발된 의료개혁, 그리고 연금개혁은 발등의 불이다. 저출생은 국가 소멸을 걱정할 정도다. 반도체 산업은 강대국 협공에 위협받는다.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에 안보도 불안해진다. 이런 도전에 초당적으로 힘을 모을 때다. 민생과 국익을 추구하고 포퓰리즘과 법치 훼손에 맞서는 길을 함께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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