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추월하는 韓 수출 기적… 정치가 기업 발목 잡지 말아야[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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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한국 수출액이 1638억 달러로, 일본 수출(1683억 달러)의 97%까지 육박해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1분기 흐름이 이어지면 올해 수출은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해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입국 60년 만에 100배의 격차를 뒤집는 기적을 일궈내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 수출국에 오른다.

이런 물량 측면을 넘어 수출의 내용도 좋은 편이다. 일본은 자동차(전체 수출 비중의 17%)라는 ‘단발 엔진’에 치우친 반면, 한국은 반도체(수출 비중 15.6%)·자동차(11.2%)·일반기계·화학·정유 등이 골고루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수출은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일본은 7000억 달러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일본은 최근에야 수출 확대가 디플레이션 탈출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고 필사의 반격에 나서고 있다. 달러당 158엔을 수직 돌파한 초(超)엔저에다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 대만 TSMC의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 유치 등 전방위적으로 총력전 양상이다. 올해 양국의 수출 경쟁은 한국의 반도체 업황 회복, 일본의 엔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분석된다.

기적의 최대 비결은 개방경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주영·이병철·박태준·이건희 같은 걸출한 산업화 주역들도 큰 몫을 했다. 반도체·자동차 등에 승부수를 던지고 디지털화도 한발 앞서 성공시켰다. 하지만 과거의 신화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수출 5위에 경합 중인 일본·이탈리아·프랑스 등에 언제 덜미를 잡힐지 모른다. 미국은 반도체 패권을 노골화하고 중국은 26일 보복관세를 명문화한 새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글로벌 무역 환경 악화 속에서도 수출 기적을 이어가려면 더 과감하게 기업 자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는 좌파가 장악한 입법부와 인기 없는 보수 대통령으로 인해 한국 경제의 기적이 끝나가고 있다고 했다. 후진적 정치가 문제다. 노란봉투법·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반기업 노선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게 예산 지원이나 환율 인상, 공급망 확보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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