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법 거부권 불가피하지만 국민 납득이 관건[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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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방해 특별검사법’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다. 공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법안이 이송된 후 15일 안에 재의요구(거부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법안은 법리적 문제가 있고,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타당하다. 그럴 경우,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오는 29일) 직전 본회의에서 과반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통과되기 때문에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특검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다.

작년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채 상병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현장에 투입돼 사망한 사건은 분명히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현재 경북경찰청에서 사건 본안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공수처는 수사 방해 부분을 보고 있다. 수사가 더디지만 사법 절차에 따른 것이고,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밀어붙인 공수처는 이런 종류의 사건을 수사하라고 만들었다. 그런데 공수처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특검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특검을 민주당이 지명하도록 돼 있고, 수사 과정에서 수시로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치적 악용 우려가 크다. 독소 조항이 있는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윤 대통령의 개입을 찾아내 정치적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다.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해 보이지만,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무리하게 호주 대사로 보내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 수괴로 기소한 데 대해 다수 국민은 의구심을 표시한다. 여론조사 결과 67%가 특검에 찬성하고, 일부 여당 의원·당선인도 동조하는 배경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만큼 설명하고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에 찬성하겠다는 등 ‘조건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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