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조항 뺀 새 간호법, 과도한 의사 진료 독점 깰 계기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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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2일 PA(진료 보조) 간호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간호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단에 제출했다. 여야는 20일쯤 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이달 말까지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간호법은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전공의 사태 이후 한시적으로 PA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수정안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를 삭제했다. 의사들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며 반발했던 대목이다. 대신 ‘보건소, 병원, 약국, 학교, 기업, 공장, 환자 집’ 등 구체적인 장소를 열거하고, 혈액검사·수술 보조 등 PA 간호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는 시행령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간호사들이 간호 제공 기관을 세울 수 있다는 조항도 빼 의료법과 충돌할 소지를 없앴다. 독소조항을 모두 뺀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는 “PA 간호사 양성화로 의료인 면허 범위가 무너지고 의료 현장에 불법이 판칠 것”이라고 반발한다.

전공의 사태로 드러난 의료계 민낯과 수십 년 지체된 의료개혁 등 전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 간호법을 제정할 때가 됐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PA 간호사 역할을 폭넓게 보호하고 있다. 영국에선 간호사가 보톡스나 필러·레이저 시술을 할 수 있고, 미국도 일부 주에서 미용 의료를 허용한다. 우리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한 뒤 의료 행위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했다. 안마와 문신, 침구 행위까지 의료 행위로 묶어 ‘의료법=의사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필러, 레이저 시술, 미용주사, 안마와 문신 등은 별도의 자격을 갖추면 허용해 의료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 피부비만성형학회 학술대회에 대거 참가한 이탈 전공의들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의대 증원과 함께 의사들의 과도한 진료 독점권도 깨야 한다. 간호법 제정이 그런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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