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회의록 논란, 신속 해소 않으면 의혹 더 키운다[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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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12주를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 의대 교수 설문조사에서 96%가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했고, 사직 강행 응답은 4%에 그쳤다. 100개 수련병원의 전임의 계약률도 65.8%까지 올랐다. 정부가 탄력적 증원 방침을 밝히며 협의기구 구성에 나서고, 각계에서 다양한 의료개혁 방안도 제시되면서 미약하나마 해법의 실마리가 모색되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이 제출을 요구한 의대 증원 ‘회의록’과 가처분 인용 여부가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정부는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2000명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는 믿음까지 흔들릴지 모른다.

정부가 회의록 존재 및 제출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혼선을 키웠다. 대한의사협회 측 변호사는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고, 숨기거나 없앴다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로 했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은 차관급 이상이 참여하는 회의는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법원이 지목한 3대 핵심 회의 가운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은 작성됐고, 정부도 제출하겠다고 한다. 의료현안협의체의 경우엔 의협 측도 회의록 대신 보도자료로 갈음하기로 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고 해서 회의 기록 자체가 없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발언자를 특정하지 않더라도 발언 요약이라도 정리하는 게 정상이다.

더 큰 문제는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회의록 문제다. 소관 부처인 교육부는 심사위원에 대한 공격을 우려해 회의록은 물론 위원 명단마저 공개를 거부한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이해할 순 있지만,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반상회도 회의록을 작성한다”는 비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음모론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게다가 서울고법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의대 증원 절차가 중단되는 등 대혼란이 예상된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사안에 대해 7건이나 ‘원고 적격성’을 들어 각하한 바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가처분 인용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지만, 정부가 신속히 논란을 해소하지 않으면 의혹만 더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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