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확장 실패를 보수 결집 실패로 호도한 與 비대위장[사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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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뒤 기용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식이 우려된다. 황 위원장은 7일 “4·10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보수 정체성 상실을 꼽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총선 당시에 김경율 회계사,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 등을 영입한 것에 대해 “보수층 지지도, 진보층 지지도 잃게 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한 것이다.

황 위원장 주장은 정권 심판론이 강했던 총선 참패 원인을 애써 호도하는 것이다. 총선 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지난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 중 10%가량이 이번엔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한 것으로 분석됐다. 2030+충청+중도층이 가세한 대선 연대가 이준석 탈당, 안철수·나경원·유승민 배척 등으로 무너지면서 지지 기반이 ‘영남과 65세 이상’으로 위축된 결과다.

선거 정국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전 위원장의 등장으로 잠시 상승세를 탔지만, 명품 백, 이종섭·황상무 사태, 대파 논쟁, 의대 증원 문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50대 세대가 60대로 접어들더라도 과거처럼 보수화하지 않는 경향도 감지된다. 이럴수록 중도를 포용해야 하는데 황 위원장은 정반대의 처방을 내놓고 있다. 전당대회를 늦추겠다는 방침과 겹치면서, 2년 전 나경원 당권 저지 때처럼 한 전 위원장의 조기 등판을 막으려는 술수로도 비친다. 여당 앞날이 더 암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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