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마즈막재’ 낯선 듯 친근한 이름[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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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내 동쪽의 계명산과 남산 사이에 마즈막재가 있다. 고개 정상은 꽤 유명한 충주호종댕이길의 시작점이고, 단체로 오는 분들을 위해 넓은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그 주차장 끝의 등받이 없는 벤치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면 산과 물이 겹겹이 어우러진 충주호의 장관이 하늘과 맞닿은 곳까지 아스라이 펼쳐진다. 마즈막재는 충청도의 청풍과 단양, 경상도의 풍기, 영천, 순흥, 봉화, 예안 사람들이 서울을 오갈 때 넘나들던 고개다. 예안 사람인 퇴계 선생이 서울을 열아홉 번 오갔다고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있는 몇 번을 제외하고는 이 고개를 통해 다녔다. 그래서 필자가 걷고 있는 육백 리 퇴계길도 마즈막재를 넘는다.

마즈막재라는 이름은 친근한 것 같으면서도 낯설다. 그래서 특별한 뜻이 담겨 있는 양 요리조리 뜯어보며 해석하려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수백, 수천 년의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우리말 지명은 듣거나 읽는 말 그대로 풀면 된다. 마즈막재는 마지막에 있는 고개란 의미다. 이 고개의 서쪽은 충주의 넓은 평지에 낮은 산과 언덕이 이어지는 상대적으로 평탄한 길이고, 동쪽은 충청도의 청풍과 단양의 첩첩산중 높은 산 사이를 구불구불 가면서 높은 고개를 넘나드는 험난한 길이다. 어느 쪽에서든 평탄한 길과 험난한 길의 마지막 경계이니 마즈막재란 이름이 잘 어울린다.

마즈막재는 한자 心(마음 심), 項(목 항), 峴(고개·재 현)의 뜻을 빌려 心項峴으로 기록되었다. 한자를 근거로 마즈막재를 마음과 관련 있는 이름으로 추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말 이름이 먼저고 한자 표기는 나중이다.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의 사형수들이 이 고개를 넘어와 숲거리에서 처형되었으므로, 이 고개를 넘으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타당성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현재는 없다. 다만, 오랜 지명 조사와 답사를 해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누군가가 마즈막재라는 이름에 걸맞게 만든 재밌는 이야기일 것 같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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